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살아가는 이야기/시 모음

깃 발

by 小潭(炯曉) 2010. 5. 7.

 

(어버이날 즈음에)

 
 

 

 

 

깃발 

권용익

 

 

어릴 적 우리 마을 민통선 마을

농번기에는 눈뜨자마자

초소 앞

깃대로 눈 돌리지

흰 깃발 빨강 깃발 중

어느 깃발 올랐느냐에 웃고 울고 하지

안개 자욱한 아침

빨강 깃발 펄럭이면

발 동동 구르던 부모님

안개 걷혀 흰 깃발 날리면

곤함 잊은채 농토로 발길 옮기던 세월

넓은 벌 끝자락 논밭에 엎드려

호미 쥔 손 

잡초 한 줌 더 뽑으려 허리 펼 줄 모르고

삽 쥔 손

한 이랑 더 돋으려 하시다

해 질 녘 

깃대에 빨강 깃발 오르면

아쉬움 달래며 무거운 발걸음 돌리시는데

나는 점심만 먹고 나면

자꾸 깃대 바라보며

어서 빨강 깃발 오르기만 기다렸을까.

 

 

 
 
 
 
 
 
 
 
 
 
 
 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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