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살아가는 이야기/시 모음

와온 마을의 푸른 채색 파도

by 小潭(炯曉) 2012. 3. 2.

 

 

 

 

전라남도 순천시 해룡면에 있는 와온마을

 

만월의 와온 바다에 왔습니다.

바다에는 파란 달빛이 쏟아지고 있습니다. 파란 색의 달빛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바다에 이르기 전엔 알 수 없었습니다.

음력 이월부터 오월 사이 만월의 이곳 바다엔 시거리라고 불리는 신비한 현상이 일어납니다. 달빛이 수북수북 바다에 쏟아지고

바람은 고요하여 먼 섬 마을의 불빛들이 자장가 가락처럼 아늑할 때 바다의 물빛이 푸른빛으로 빛나는 것입니다

 

작은 조개껍질 하나를 들어 바다에 던지면 아주 신비한 푸른 빛의 물길이 반짝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. 두께가 얇은 돌멩

이 하나를 들고 호수 위인듯 물수제비를 뜨면 파랗게 번지는 작은 파문들의 아름다움이라니요. 축제날 밤하늘의 그 어떤 불꽃도

이곳 바다의 신비한 푸른빛엔 견줄 수가 없습니다. 어장용 말목으로 쓰이는 대나무 하나를 들고 물가에 서서 천천히 바다의 살결

을 두드리면 푸른빛의 불길들이 펄럭거리며 일어서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. 대나무를 바다 위에 조금 세게 부딪친 뒤 천천히

들어 올리면 푸른빛의 깃발 하나가 바람에 펄럭이는 듯한 모습을 볼 수도 있지요.

 

마음 안에 상채기를 지닌 채 와온에 이른 사람들은 금세 이 바다의 싱싱한 삶의 냄새에 동화되기 마련이지요. 넓은 개펄 위에 잠

시 지친 육신을 눕히고 저무는 금빛 햇살을 만나노라면 마음 안에 알 수 없는 삶의 향기 하나가 스쳐가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입

니다. 따뜻하게 누워 있는 바다, 와온이라는 바다의 이름이 마음 안에 들어서는 순간이기도 합니다.

 

나는 작은 돌 하나를 들어 바다와 수평각으로 힘차게 뿌립니다. 바다의 살과 돌이 만나는 지점마다 푸른빛의 달빛들이 퐁퐁 일어섭

니다. 축제와 같기도 한 삶의 이정표 위로 스쳐가는 불빛들의 따뜻한 유영...

  ~~솔보리님 블방에서~~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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