커피를 탄다/
태울수록 향 진해지는 커피를 앞에 놓고/
타는 냄새만 나는 나와 너를 들여다본다/
골고루 태워야 좋은 맛이 되는 줄/
가슴 부위만 태우는 사람이야./
너무 태우면 버려야 한다/
덜 태우면 비릿한 사람 사이//
서로의 입에 구순해지기 위해/
태우고/
가루가 되는 아침/
부서지지 않고서는 맛이 되지 않는다/
잘게 부술수록 향도 도타워지는 법//
콩콩 가슴을 부순다/
네 가슴도 부수고 내 가슴도 부수자/
부서져야 산다고/
정치고 경제고 문화며 교양도 무람없어지는데/
맛이 나오지 않고/
상처만 깊어지는 원두다//
커피 한 잔을 홀로 마시며/
태울 것과 태우지 않을 것들이/
부글대는 시간을 끓인다.
-김유선 ‘커피 타임’(신작시집 ‘빈집’ 수록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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